가을바람 5

|詩| 마지막 잎새를 정조준하다

가지 끝에 갈색 잎새 여럿 대롱대롱 매달린다 결단코 마지막이 없는 찰나 팽팽한 당신의 핵심을 겨냥한다 고요하다 간간 자지러지는 가을바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거야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엄지와 검지를 직각으로 세워 남은 손가락을 오므리는 집중 잎새는 기세등등하다 한치도 틀림없는 영혼으로 남습니다 가을하늘이 경련한다 © 서 량 2020.11.21

2020.11.21

|詩| 눈을 45도 각도로

나쁜 꿈이 잠시 생시에 떠오르면 자네는 눈을 아래로 비스듬히 떨구시게 옴짝달싹 하지 않는 생각의 갈피 들쑥날쑥한 숨길을 토닥거리는 손길 어정쩡한 상대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 가짐 꼬박꼬박 올라오는 댓글들 투박한 살결을 건드리는 소슬바람 가을바람 아 참 그랬구나 하며 외치기 직전 딩동댕 정답입니다 하는 희열 등등 벌건 대낮에 흑백 사무라이 영화의 한 장면이 불쑥 떠오른다면 자네는 눈을 아래 쪽으로 슬쩍 내리시게 마법의 주문을 뺨치는 45도 각도를 취하면서 © 서 량 2020.10.16

2020.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