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마지막 잎새를 정조준하다 가지 끝에 갈색 잎새 여럿 대롱대롱 매달린다 결단코 마지막이 없는 찰나 팽팽한 당신의 핵심을 겨냥한다 고요하다 간간 자지러지는 가을바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거야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엄지와 검지를 직각으로 세워 남은 손가락을 오므리는 집중 잎새는 기세등등하다 한치도 틀림없는 영혼으로 남습니다 가을하늘이 경련한다 © 서 량 2020.11.21 詩 2020.11.21
|詩| 눈을 45도 각도로 나쁜 꿈이 잠시 생시에 떠오르면 자네는 눈을 아래로 비스듬히 떨구시게 옴짝달싹 하지 않는 생각의 갈피 들쑥날쑥한 숨길을 토닥거리는 손길 어정쩡한 상대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 가짐 꼬박꼬박 올라오는 댓글들 투박한 살결을 건드리는 소슬바람 가을바람 아 참 그랬구나 하며 외치기 직전 딩동댕 정답입니다 하는 희열 등등 벌건 대낮에 흑백 사무라이 영화의 한 장면이 불쑥 떠오른다면 자네는 눈을 아래 쪽으로 슬쩍 내리시게 마법의 주문을 뺨치는 45도 각도를 취하면서 © 서 량 2020.10.16 詩 2020.10.16
|詩| 씨족사회 - 서울의대 졸업 50주년기념 관광여행 중 씨족사회 --- 서울의대 졸업 50주년 기념여행 중, 경주에서 양동마을을 가을바람이 휘감아 오른다 무 배추 지렁이는 고사하고 마을 사람 눈 코 귀에 맴돈다 소문이 소문에서 그친 것만은 아니었다 서원과 기와집을 다투어 세워가며 이름 석자를 남기려는 속셈이었지 양동마을 양반동네 종.. 詩 2019.10.20
|詩| 영주권 신청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는다 하늘에 침묵이 흐릅니다 데이트라도 하면서, 데이트를 하면서 잠깐 옆쪽으로 얼굴을 돌렸다가 남과 몸을 부딪치지 않으려고 다시 앞쪽으로 눈길을 던지는 내 모습이 보인다 비밀을 발설하는 재미에, 비밀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어깨도 나란히 .. 詩 2018.10.17
|詩| 코스모스의 속셈 알고 봤더니 코스모스가 조각달과 오래 전부터 내통하고 있대나 봐 코스모스는 또 허름한 초등학교 운동장 변두리에 쓰러질 듯 곧추서서 창공에 펄럭이는 만국기들과 슬쩍슬쩍 눈길을 섞다가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하는 머나먼 어린이 합창단 지도교사하고 끝내 내통했다나 .. 詩 200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