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420. 3등분 마음

서 량 2022. 7. 27. 17:08

 

Strong minds discuss ideas, average minds discuss events, weak minds discuss people. – Socrates (강한 마음은 아이디어를 말한다. 보통 마음은 일을 말한다. 약한 마음은 사람을 말한다. – 소크라테스)

 

선과 악, 천국과 지옥 같은 이분법을 벗어나서 사람들을 3등분하는 사고방식이다. 3차원은 공간을 창출한다. 3차원은 2차원보다 월등하다.

 

성부, 성자, 성령이 이루는 3위일체 카톨릭 사상. 본능, 자아, 초자아가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정신분석의 기본.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는 3권분립의 정부체제. 우리의 사고방식에는 이렇게 셋이라는 숫자가 자주 들어간다. 넷, 다섯, 여섯 하다 보면 갈래가 많아져서 어려워지는 것인지. 대개 우리의 생각은 세 번에서 그친다. 형법에 나오는 ‘3 strikes and you’re out law, 3진법(三振法)’도 세 번이 관건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 경구(警句)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란다. 미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부인 엘러너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 1884~1962)가 말했다는 보고도 있다. 명언의 출처를 밝히는 한 사이트에 의하면 이 말은 애당초 영국의 역사학자 헨리 버클(Henry Buckle, 1821~1862)이 장황하게 한 말이라 한다. 그후 교회 주보에 거듭 언급되고 설교를 통하여 널리 전파됐다는 기록이다.

 

신도들끼리 대화할 때 남 흉을 보지 말고 이벤트, 사물(things)에 대해 얘기하라는 설교. 남들에 대한 험담, 가십이 얼마나 하기 쉽고 중독성이 있는가를 경고한다. 사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추상적인 생각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일수록 더하다. 우리는 왜 남의 흉을 보는가. 당신도 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을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나기 때문에? 남들로 인해 내가 괴로움을 당한다는 착각 때문에? 재미가 솔솔 나서?

 

갓난아기가 천지우주에 가진 것은 엄마라는 사람 하나! 아기는 사물에 대한 판단이 전혀 없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꿈도 못 꾸지. 아기는 혼신전력으로 엄마에게 매달릴 뿐. 병아리나 아기사자처럼.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아기가 멀쩡하게 살아있다. 사람이 최대의 관심사.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사람에 대하여 신경을 쓰고 말하고 싶다. 한 정치가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간이 떠오른다. 이때 사람은 “내 쪽 사람”이라는 편파적인 단서가 붙는다. 반대쪽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로버트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편이라는 편견으로 산다. 내가 다른 환자들 일로 바빠지면 약을 안 먹는다. 왜 그러냐고 따지고 들면 말도 안 되는 말로 대든다. 표정이 경직되는 나를 확인한 후 내가 저를 싫어하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는다고 선포한다.

 

‘idea’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플라톤의 ‘이데아’. 14세기 후반까지 인간의 생각이란 완벽한 세계에 존재하는 이데아의 원본을 카피한 불완전한 복사판이라는 뜻이었다. 17세기 초반에 비로소 인간의 뇌가 발휘하는 기능이라는 의미가 됐다. 상황 분석, 계획, 개념 형성 같은 지적(知的) 기능!

 

소크라테스인지 헨리 버클이 설파한 세 부류의 사람들 특징이 한 개인 속에 잠재하고 출현한다는 생각을 펼친다. 프로이트의 본능=사람. 자아=이벤트. 초자아=아이디어. 그리고 논리를 비약시킨다. 성자(聖子)=사람. 성부(聖父)=아이디어. 성신(聖神)=이벤트.

 

© 서 량 2022.07.24

- 뉴욕 중앙일보 2022년 7월 27일 서량의 고정 칼럼 <잠망경>에 게재

https://news.koreadaily.com/2022/07/26/society/opinion/20220726173254951.html

 

[잠망경] 3등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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