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186. 방뇨자(放尿者)

서 량 2022. 7. 20. 18:33

 

기원전 5, 6백 년 전쯤 중국의 공자(B.C. 551~479)보다 19 살 어리게 태어난 그리스의 피타고라스(B.C. 570~495)는 생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한편 인간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훈시하기로 이골이 났던 위인이었다.

 

피타고라스는 태양을 향해서 방뇨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금(金)으로 만든 보석을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말라고 문하생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에 대한 법칙을 밝혀낸 그는 수학보다 행동심리학에 더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징기스칸(A.D. 1162~1227)을 기억할지어다. 공자나 피타고라스 시대보다 1600년 정도 세월이 흐른 후 아세아는 물론이며 유럽에까지 막강한 위세를 떨치던 동양의 영웅, 징기스칸! 그는 14개의 금칙을 선포하고 그 법을 어기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공표했다.

 

그 14개의 징기스칸 법률은 모세의 십계명과 비슷한 점이 많다. 지도자들이 군중을 통치할 때 이를테면 남을 죽이지 말라, 간통 하지 말라, 기타 등등 평화주의적 삶을 권장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자꾸 어떤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내 직업 의식을 가장 자극했던 조항은 강물이나 잿더미(ashes)에 방뇨하는 행위를 사형에 처한다는 구절이다. (아, 내 어릴 적 대중탕에 가면 으레 '탕 안의 소변 금지'라는 표지가 벽에 써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피타고라스가 지적한 태양을 향한 방뇨행위는 지구의 어버이를 상징하는 해를 향하여 불경스러운 행동을 하는 하극상 풍조를 금단시하는 면에서 쉽게 이해가 간다.

 

그리고 징기스칸의 강물과 잿더미를 대상으로 한 방뇨 금지법은 불을 진압하는 방뇨의 쾌감과 반항의식에 대한 권력자의 공포가 엿보인다. 우리말에도 '불장난 하면 오줌 싼다'는 속담이 있고 한국 광화문에서 걸핏하면 거행되는 촛불시위나 새벽녘에 정화수(井華水)를 떠 놓고 소원을 비는 민속도 사실 하나같이 물과 불이 뒤범벅이 되는 상태다. 자고로 극과 극은 상통하는 법! 

 

'leak'는 14세기 물이 새어 나간다는 뜻으로 생긴 말이고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말이나 비밀을 퍼뜨린다는 뜻이 파생됐다.

 

'leak'는 또 1590년에 '오줌 누다'는 말이 됐다. 한 단어가 구체적인 묘사에서 시작됐다가 어떤 생리적 현상을 나타내는 뜻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추상적인 의미로도 변하는 좋은 본보기다. '물이 새다'가 '오줌 누다'로 됐다가 '비밀을 누설하다'는 뜻으로 변천한 것이다.

 

2013년 6월에 30살 짜리 에드워드 스노든은 (Edward Snowden)이 미국 NSA (National Security Agency: 국가안보원)의 첩보활동에 대한 국가비밀을 누설하고서 법을 피해 홍콩을 경유하여 모스코바로 도망을 쳤다. 그는 미정부가 다른 국가들과 미 국민 개인들의 기밀을 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그의 누설은 인권을 존중하는 일각에서 영웅적인 행동이라는 대우도 받았다. 'leaker (누설자)'라는 호칭을 부여 받은 그는 비꼬아 말해서 '방뇨자'라 불러도 한참 싸다.

 

국가의 일급 기밀을 누설한 범법자 스노든은 여권이 갱신되지 않아 발이 묶인 채 근 한 달을 모스코바 비행장에서 오늘까지 버티고 있는 참이다.

 

'오줌 '이라는 뜻의 비속어 'piss'를 동사로 쓴 'pissed off'라는 슬랭이 떠오른다. 우리 말로 '뿔났다'는 속어다. 스물 몇 개의 나라에 망명 요청을 시도한 스노든에게 오바마 태통령은 지금 뿔이 나 있다. 반역자와 배신자들을 시베리아에 보내는 관습에 익숙한 소련에서 어서 빨리 떠나줬으면 하는 푸틴 대통령의 공식적인 발언이 있은 후 염소 수염을 곱게 기른 스노든은 무슨 생각을 하며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 서 량 2013.07.14

-- 뉴욕중앙일보 2013년 7월 17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https://news.koreadaily.com/2013/07/17/society/opinion/1843898.html

 

[잠망경]방뇨자<放尿者>

기원전 500600년 전쯤 중국의 공자(BC 551~479)보다 19살 어리게 태어난 그리스의 피타고라스(BC 570~495)는 생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한편 인간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훈시하기로 이골이 났던 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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