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바다의 음향장치

서 량 2021. 4. 30. 19:05

 

입술 잔주름 실핏줄이

바닷바람을 부른다 입술은 참 민감해

누가 스피커를 꺼 놓았을까

입술만한 크기의 잎사귀가 넘실거려요

저 멀리 육지가 올리브색으로 가물거려요

 

당신은 한쪽 눈을 감은 채 영상을 찍는 중

 

거무튀튀한 조각배 하나가

파도를 무마시킨다 숨이 막히도록, 숨막히게

당신이 먼저 바다를 그리워하지는 않기로 했지

입술만한 크기의 잎사귀가 네이비 블루

바다를 짐짓 제압하는 가운데

 

© 서 량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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