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진공소제기

서 량 2020. 8. 23. 18:11

 

해와 달과 지구가 서로를 끌어당긴다

해와 달과 지구가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을 부리는 거예요 그거는

 

해와 달과 지구는 전생에

팽팽한 관계였대 그 쓸쓸하고

팽팽한 내막을 아무도 모른대

 

그들은 서로를 힘껏 빨아드리면서 점점 더

부풀어오를 것입니다 썰렁한 우주를 헤집고

 

해와 달과 지구의 먼지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정사정없이 흡수하는 휴대용 진공소제기

공허한 진공소제기

외로운 진공소제기

 

그게 당신의 유일한 무기일 것입니다

아까 그런 흉기를 손에 든 내 자세를 생각했다

 

© 서 량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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