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다시 세모에 / 김정기

서 량 2023. 1. 21. 19:30

 

다시 세모에

 

                       김정기

 

오던 길 돌아갈 수 있을까

물기 있던 시절 돌아보면

수많은 잎들이 돋아나고

세상은 변해도 여전히 아늑한 오솔길이었다

 

끌어 모아 가지고 온 것

손에 쥔 것들이

시간 밖으로 떠내려가고

 

다시 돌아올 친구와 오지 못할 사람이

지나간 바람으로 흩어져 허공에 눕는 세모에

헝클어진 눈앞이 헷갈려

몸을 뒤척이는 땅

화창했던 어제도 잠든

나는 지금까지 어디에서 헤매었나

 

낡은 이력서 날려버리고

녹 쓴 날 닦고 나면

다시 가슴 뛰는 봄이 오려나

동창이 밝아지려나

 

그래도 우리는 다시 꿈꾼다

먼 들판 안개 걷어가는 눈부신 새해를

 

© 김정기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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