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모에
김정기
오던 길 돌아갈 수 있을까
물기 있던 시절 돌아보면
수많은 잎들이 돋아나고
세상은 변해도 여전히 아늑한 오솔길이었다
끌어 모아 가지고 온 것
손에 쥔 것들이
시간 밖으로 떠내려가고
다시 돌아올 친구와 오지 못할 사람이
지나간 바람으로 흩어져 허공에 눕는 세모에
헝클어진 눈앞이 헷갈려
몸을 뒤척이는 땅
화창했던 어제도 잠든
나는 지금까지 어디에서 헤매었나
낡은 이력서 날려버리고
녹 쓴 날 닦고 나면
다시 가슴 뛰는 봄이 오려나
동창이 밝아지려나
그래도 우리는 다시 꿈꾼다
먼 들판 안개 걷어가는 눈부신 새해를
© 김정기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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