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뜨거운 생선

서 량 2021. 2. 18. 19:47

나이 먹으면 먹을 수록 인격이 원만해지기는커녕 좋고 싫음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틈만 생기면 저를 놀리려 하시네요우리는 늘 과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세월이 흐르면 흐를 수록 새삼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이 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짓 몇 개를 빼 놓고는 다른 일일랑 입 싹 씻고 눈도 주지 말아야지하며 마음을 다져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접시 위에 얌전하게 놓인 생선이 저는 평생 단 한 번도 피를 흘려본 적이 없다고 속삭인다과거를 피하지 마세요과거는 마음의 고향이랍니다비단결 망사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날렵하게 기어오르던 물결그 광범위한 물살에 씻기고 씻겨 삐죽삐죽 돋아난 가시가 당신의 혀를 찌르는 저녁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부드러운 생선살에 레몬즙을 뿌린다

 

© 서 량 20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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