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244. 괴짜, 변덕, 그리고 안달

서 량 2015. 10. 4. 19:49

성격장애를 정신과에서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 유별난 성질 때문에 괴짜라 불리는 사람들, 둘째는 드라마틱하고 변덕이 심한 부류, 그리고 셋째로 겁이 많고 불안해서 곧잘 소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성격장애자들은 자신이 고통을 당하느니보다 오히려 남들을 집중적으로 괴롭힌다.

 

1. Odd, Eccentric Personalities -- 별나고 괴팍한 성격들

'odd'는 원래 숫자에서 짝수(even number)에 반대되는 홀수(odd number)라는 뜻이었다. 4각형은 안정적이지만 3각형은 위태롭다. 짝이 있는 부부나 커플의 평탄한 일상에 비하여 독신의 마음은 불안정하다고나 할까. 'odd job'이라 하면 비정규직이라는 말이고 'oddball'은 괴짜라는 속어다.

 

'eccentric'은 워낙 출구(exit)를 뜻하는 'ex'와 중심(center)이 합쳐져서 탈중심(脫中心)적이라는 뜻이 된 말. 중심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의 괴팍한 성격의 사람들이 당신과 나를 짐짓 못살게 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2. Dramatic, Erratic Personalities -- 극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들

'dramatic'한 사람들은 극중인물처럼 행동한다. 따분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공포영화를 보거나 잘생긴 남녀들이 노닥거리는 티브이 연속극에 아침저녁으로 탐닉하는 우리들은 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라틴어의 'drama'는 앵글로색슨어의 'play'를 뜻했는데 'play'는 고대영어로 '빠른 동작(quick motion), 활기찬 행동(brisk activity)'을 의미했다. 당신은 비라도 질펀하게 내리는 가을 주말 오후에 악당과 FBI 요원이 추격적을 벌이는 액션 영화에 심취한다. 그러나 예행연습도 배경음악도 없이 들이닥치는 현실은 영화의 완벽한 화면진행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슬픔을 어찌하랴.

 

'erratic'은 고대불어의 방황한다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라틴어로 실수한다는 뜻이었고 'error(실수, 오류)' 'err(실수를 저지르다)'와 말뿌리가 같다. 이 그룹에 속하는 성격장애자들은 방황이 심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어처구니없는 저지레를 치며 당신을 괴롭힌다.

 

3. Anxious, Fearful Personalities -- 불안하고 두려움에 떠는 성격들

'anxious' 'anger(노여움)', 'anguish(고뇌)'처럼 하나같이 '숨이 막히다(choke)'는 뜻의 라틴어 'ang-'으로 시작되는 단어다. 당신도 어디 한번 "!"하고 소리를 내보라. 속수무책의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는가. 누구에게 앙심을 품거나 앙갚음을 하겠다고 앙칼지게 앙탈을 부리는 순간 당신은 호흡이 가빠진다. 이 부류의 성격장애자들은 안달복달하면서 자기의 두려움을 남에게 떠맡긴다.

 

'fear'는 고대영어에서 위기상황을 의미했다. 발음이 비슷한 'per'도 전인도 유럽어, 라틴어, 중세불어로 앞(fore, pro, pre), , 건너(para), 근처(peri)처럼 다양한 위치를 뜻하면서 'fear'와 어원이 같다. 서구인들이 바람 부는 들판에서 패싸움을 하고 동물을 사냥하던 시절에 혼쭐나게 겪었던 어지러운 위치감각의 공포가 'fear'의 말뿌리에 숨어있다는 학설을 나는 이 참에 주장한다.

 

이상으로 에헴, 성격장애학 개론을 마친다. 끝으로, 사람의 성격이란 도시구획처럼 반듯하게 구분이 되지 않을 뿐더러 여기 열거한 세 유형은 '장애'를 위주로 했기 때문에 따스하고, 사랑스럽고, 인간적이고 그래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당신과 나 같은 성격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힌다.

 

©서 량 2015.10.04

-- 뉴욕중앙일보 2015년 10월 7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