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고추
김정기
삼십 년 넘게 태평양을 건너오던 물결 타고
조선고추 한 그루
파도 칠 때마다 휘청거리는 수족
허공에 심겨져 실뿌리 내렸네.
유리창너머 송화 가루 먹은 소나무
오리나무가 청청한 하늘을 찔러도
한반도에 이는 황사바람에
발 담그고 자라는 토종고추
그 매운 맛.
뉴욕의 바람과 한몸 되려
억울하고 독한 것 삼키고 삼킨
어질고 흰 고추 꽃이 지고
톡 쏘게 매운 고추 한 알
당신의 몸에서
담금질로 익어가는
가늘디가는 핏발 선명하네.
아니라고 손사래 쳐도
모종된 고추 한 그루에
매어달린 우리는 아리고 아린
조선 고추가족.
© 김정기 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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