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민낚시

서 량 2011. 9. 23. 19:39
 

반짝이는 물결 소리 맨 귀로 들을 수 없는 강변에서 낚시질이나 하자꾸나 물고기는 아무 죄가 없다네 그래도 그렇지 참 밤새 추억의 칼날을 숫돌에 문지르며 나와 자네와의 숙명을 점검했다 냉정한 바람이 과일 냄새도 풍성하게 싱싱하게 진하게 폐부를 찌르는 가을 오후에 남루한 종이 호랑이 정신상태 자네 마음이 영락없이 갈라지는구나 나도 네놈도 찬란히 부서지는 햇살 알갱이가 되어 문자 그대로 깜박하는 찰나 무색 무음 무취로 돌변하는 평화가 아니겠는가 자네 음산한 눈길 속에 죄 없이 비린 물고기 한 마리 반원을 그리며 치솟았다가 화들짝 추락하는 장면을 보았다네 해체가 일어나는구나 밋밋하던 바람이 이제 많이 부풀었다 준비는 다 되었느냐

 

© 서 량 201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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