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그려달라 해야겠다
이병률
세상 끝에 편의점이 있다니
무엇을 팔까
장화를 팔까
얼음 가는 기계를 팔까
이 여름 냄새를 팔까
여즉 문을 닫지 않았다면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야겠으니
생각나는 한 사람 얼굴을 그려달라고 해야겠으니
도화지가 있느냐 물어야겠다
사람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하니
주인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해야겠다
얼굴 그림을 그려달라 해야겠다
그 그림이 나의 얼굴이거나
혹은 한 사람의 옆얼굴이어도
얼은 영혼이란 뜻이라니
굴이라는 말이 길이라는 뜻이라니
세상 모든 나머지를 파는 편의점에 가서
조금만 틈을 맞추고 와야겠다
세상 끝을 마주하다가 낯을 씻고
아주 조금만 인사를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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