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꽃
김정기
돌아서면 보였네.
다가서면 져버리고
세상 넘어 외진 땅에
숨어서 피어 나에게만 보였네.
따스하게 꽃술에 볕이 들어
꽃잎에서 우러나오는 빛깔은
눈물 먹은 산색 같아
어둠에서라도 설레기만 하였네.
보이지 않아 여리게
더욱 어질게 고여 오는
봉오리 열리는 냄새 사방에 묻어나고
언제나 내 뒤에서 피고 지는 꽃
피는 얼굴과 지는 표정을
금방 알아차리는 나만 볼 수 있는 꽃
그대에게 보여주려 하면
보이지 않는 꽃
그러나 환한 상처가 되어.
© 김정기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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