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여름 떠나보내기

서 량 2009. 11. 6. 22:51

 

 

여름이 함박꽃 웃음을

그치다니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당신도 그 장면쯤이 떠오르겠지
여름이

배시시 입술 웃음을 웃던 처음 순간이

 
여름은 왜 입을 만개한 꽃처럼 허전하게

양치질하시던 젊은 어머니 모습으로
치열한 생명의 치아를 쫙 벌리고

무심코 왁자하게 새하얀 치약거품을 튀기면서 웃었는가

 

여름은 왜 여름으로 그치는가

 

가벼운 소품 같은 시()  여름의 꼬리표에는 왜

본문 크기보다 훨씬 큰 종지부가 찍히는가 여름은 왜

뎅! 뎅! 하는 성당 종소리 같은 음산한 종소리를 냈는가

여름은 왜 당신 귀청이 찢어지도록 큰 소리로 떠나는가
나를 똑바로 마주보며 마음 푹 놓고 웃던 그
무더운 기억 하나만 간직한 채 나는

여름을 거리낌없이 보내려 하나 이제야

속이 다 후련하게 여름을 잊으려 하나

 

 

© 서 량 200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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