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핑계

서 량 2021. 8. 2. 20:02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였지만
청포도, 따끔한 불개미같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요

 

우주가 물속에서 아가미로 숨쉬는
거대한 잉어라는 생각을 했지

반짝이는 별들은 그 잉어가 힘주어

살포한 알의 포말이다 우주의 산란기에

 

앞뜰 돌멩이들이 살을 맞대고 접속 중
엉덩이 토실토실한 흰 토끼 하나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는 풀밭 그늘에
에너지, 나긋나긋한 에너지가 밀려오고 있네
하얀 이빨을 보이며 웃으면서

 

© 서 량 2007.08.23 -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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