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 3

|컬럼| 349. 똥 이야기

병동 입원환자 중에 젊었을 때 빌딩 옥상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서 심한 두뇌손상을 받은 50대 중반 백인이 있다. 그는 나를 꼭 “닥터 오”라고 잘못 부른다. 내 이름을 아무리 바로잡아줘도 다시 그렇게 부른다. 모든 생명체에게 반복학습이 효과가 있다는 원칙을 굳게 신봉하는 나는 그를 절대로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어김없이 나를 닥터 오라고 틀리게 호칭하는 그 놈이나 그걸 매번 지적하는 나나 서로 고집이 막상막하다. 따지고 보면 둘 다 똥고집이다. 고집(固執)은 사전에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 또는 그렇게 버티는 성미’라고 나와있다. 영어로는 ‘stubbornness’라 하는데 이 단어를 다시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니까 똥고집, 외고집, 옹고집 등으로 나와있다. 그러니까 ‘막을 옹’자..

|컬럼| 323. 세 개의 벽

환청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묻는다. 정체를 모르는 목소리,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럿이 토론을 하다가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목소리들, 더구나 남을 해코지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그들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묻는다. 환자가 대답한다. 목소리에게 대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못들은 척 한다는 것! 심지어 목소리가 시키는 일이 있으면 그러겠다 해 놓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는 것! 이 환자는 목소리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내부 상황과 벽을 쌓고 지낸다. 그 벽은 혼동과 선동을 불러 일으키는 악의에 찬 자극을 차단한다. 한 국가로 치면, 이것은 외적의 침입이 아니라 질이 나쁜 내부 세력이 난동을 일으키는 정황이다. 이 사악한 내부 자극이 끝내 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숙이게 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