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 3

|잡담| 날씬한 詩와 뚱뚱한 詩

그럴만하게도 됐다. 말을 삼가는 사람보다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듯이 시인들도 詩에서 말을 많이 하는 시인들이 득세를 하는지라, 옛날 詩에 비해 요새 詩는 한 행에 쏟아지는 글자 수가 거의 30자를 넘는 수가 많아. 그래서 詩가 무지기 뚱뚱하고 비대해진 느낌이야. 물론 나도 마찬가지. 날씬한 詩의 시대가 거하고 뚱뚱한 詩의 시대가 내했도다. 그토록 안스럽게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뜻함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간결하고 함축성 있는 말이 안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차분하게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집중력은 다 없어지고 자극적이고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말만 귀에 들어 온다는 말이지. 한 번만 해도 무난하게 귀에 들어 올 수 있는 내용을 한 열 번쯤 이리저리 말을 바꿔가면서, ..

|컬럼| 328. 수다 떨기의 원칙 몇 가지

병동 입원환자 중에 성미 고분고분한 젊은 놈이 하나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걸면 어김없이 랩(rap)으로 대답한다. 흑인 악센트가 팍팍 들어가는 리듬감으로 쌍소리가 곧잘 튀어나오는 그의 즉흥 랩은,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끊임없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나는 그 분열증 환자의 순발력에 깊이 감탄하면서 흐치흐치, 치커붐! 하며 랩에 합세하여 변죽을 울리고 싶다. 야, 너 또 랩 하냐, 하면 피식 웃으면서 내게서 얼른 줄행랑을 치는 아주 이상한 놈이다. 할아버지 제삿날 우리 집에 들리던 먼 친척 ‘떠버리 아저씨’가 생각난다. 여자들은 생선전을 부치면서 수군수군 수다를 떨지만 떠버리 아저씨는 한잔 거나하게 드신 얼굴로 아무나 붙잡고 큰 소리로 쉬지 않고 혼자 떠드신다. 그의 대화법은 독백에 가깝다. 자신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