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2

|컬럼| 35. 요한복음과 고양이

요한복음과 고양이 '아무개'라는 뜻의 우리말 '홍길동'을 영어로는 'John Doe'라 한다. 'John'은 서구에서 아주 빈번하게 쓰이는 남자 이름으로 이 가상적인 성명은 18세기 중엽에 영국법정에서 토지 소유권에 대한 모의재판을 했을 때 처음 쓰였다고 기록에 남아 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부르는데 쓰이기 시작했단다. 1911년부터 후커(hooker)들이 만들어낸 슬랭으로 'John'은 그들의 고객을 뜻하면서 자기들 비지니스를 알선하고 보호해 주는 핌프(pimp)를 지칭했다. 핌프는 우리 슬랭으로 뚜쟁이 또는 기둥서방이라는 의미. 그리고 1930년 경부터 소문자로 시작하는 'john'은 남자화장실이라는 뜻이 됐다. 미 동북부 사람들, 넓게는 모든 미국사람을 양키라 부르기도 ..

|컬럼| 123. 이름에 대하여

자고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거늘 그 풍조를 좇아 우리는 명문대학을 추구하고 명품을 밝히는 관습이 있다. 하다 못해 얼마 전에 무심코 본 티브이 광고에서도 '김치도 명품이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춘수는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의미심장하게 술회한다. 이 발언은 꽃도 관등성명이 분명해야 꽃답다는 엄청난 성명서처럼 들린다. 반면에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1597) 2막 2장에서 줄리엣의 입을 빌려 이렇게 설파한다.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