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

제5 계절 / 김정기

제5 계절 김정기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어두움의 겹겹에서 창백한 겨울이 떠나고 있다 봄이 오기 전 2월은 제5 계절이다 어떤 사람에게나 당도하는 창호지 물에 젖은 껍질들 탄력 없는 살갗이 매운 바람에 흐느적거린다 상 모서리 뽀얀 먼지 틈에 튕겨 떨어진 옛날 한 조각이 나팔을 분다 감추어진 부끄러움 하나 아직도 스며들어 품안에서 녹고 있다 독일에서 온 편지에 겨울을 견딘 제5 계절이 유럽의 축제란다 다음에 장미 주일, 퇴각하는 겨울의 마지막 비명이 들린다 이제 부활의 꽃들과 성처녀를 기다리는 햇살에 찔리며 날아가는 꽃잎들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다 나도 날아오른다 진 남빛 나라를 향해 © 김정기 2011.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