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살 2

꽃 수리공 / 김정기

꽃 수리공 김정기 바람에 시든 여린 꽃잎 하나 입김 불어넣는 나는 평생 꽃 수리공 가녀린 대궁 뼈에 주사를 놓고 사위어가는 촉수에 힘살을 보태어 잎 위를 긁은 칼자국을 꿰맨다 치과의사가 이빨을 수리하고 미장이 지미가 앞마당을 고치듯. 몸을 이루는 살과 잠과 적멸 죽음에 엉겨 찢어지는 꽃의 몸에 가는 바늘 비단실로 수놓아가지만 얼마나 갈런지. 우리가 함께 누리던 미움도 어루만지는 날이 오리니 슬픔이 없는 순간을 꽃술에 꿰어 목에 걸고 잠들지 못하는 세상에서 함께 나누어 철 따라 바람에 새 옷을 갈아 입히지만 보수도 없는 꽃 수리공 © 김정기 2014.04.17

|詩| 행진곡을 기다리다

광대뼈 뭉툭한 박정희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웃지 않는 얼굴로 돌아왔을 때 대한뉴스에 부는 바람 김포공항 흙바람 흑백영상을 코닥 컬러로 변조시키는 Washington Post March 행진곡이 터진다 대퇴근 힘살이 근질근질해지는 곡 육군사관학교 여드름 엉덩이 딱딱한 젊은이 울퉁불퉁한 바지 옆구리 두 손가락 너비로 꽉 재봉 된 실밥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하며 당신이 소리쳤을 때 DMZ 하늘에서 조그만 돌덩어리들이 쏟아진다 젊은이들이 한사코 비무장지대에 몰려든다 근사한 유니폼을 입은 채 불쑥불쑥 태어난 꼬마 병정들이 골반뼈 나란히 저벅저벅 걸어가는 곡 시작 노트: 병정놀이가 전쟁이라는 말이니. 장난감 병정들이 척척 발맞추어 걸어가는 소리 들린다. 그들의 몸동작을 좌지우지하는 행진곡 멜로디가 ..

2022.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