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나무 숲은 흰 길이 끝나는 곳에 우거져 있다 눈을 감으면 그곳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어제도 이 만큼에서 끝이 났지만 그 길을 간다 예상치 못하게 눈에 상처를 입었다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종려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항상 있다 깊은 소리를 잣는 그늘 안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 종려나무 숲 상처를 열고 그 안의 길을 간다 이 나무를 그려내려 했고 바라고 싶었고 없으면 지어내려 했다 상처 속 열린 길로 종려나무 안으로 한 손은 이미 떠난 소리를 잡은 듯 가장 느린 춤으로 © 김종란 201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