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미소 / 김종란 어두운 미소 김종란 어두운 호수에서 떠오르는 첫 물결 밤은 점점 어두워져 깊은 숲이 어느덧 잠기고 하늘이 하늘만큼 서서히 들어앉은 품어 보기에는 어려워서 숨 들이키다 통증이 시작되는 가슴 한편 함께 어두어져 물 밑으로 물 밑으로 나의 무게 만큼 가라 앉으며 숨 쉬는 것을 잊고 물결이 된다 소리를 듣는다 숨 죽인 곳에 살며 deep blue가 된다 © 김종란 2021.05.0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30
|詩| 화려한 가을 바람결 물결치는 호숫가 머리칼 풀어헤친 갈대들이 서걱거린다 샛노란 금발 또는 갈색 머리 내 어릴 적 앞마당 장독대보다 더 높은 음정 하왕십리 지나 행당동 무학여자고등학교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다음 소절을 예고하는 트롬본 주법으로 낮게 터지는 당신의 탄성 지구의 예민한 음감, 바람이 몸을 푼다 천천히 잠시라도 좋아, 잠시라도 좋다며 우주 속 깊이 자리잡은 무한한 가을을 나는 줄기차게 탐미한다 시작 노트: 가을에는 바다를 멀리한다. 갈대밭을 훑어가는 바람. 잔물결 일렁이는 호수. 행당동 변전소 앞을 지나 전차 역으로 가는 행길에서 무학여자고등학교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린다. 금관 4중주 연주가 그치지 않는다. © 서 량 2022.10.11 詩 2022.10.11
|詩| 기본자세 호수의 기본자세는 나를 자주 생각하는 데 있다 하늬바람에 나뭇가지 잔챙이들이 뚝뚝 떨어지네 또 서글픈 실비 쏟아져 내리려나 생김새가 우락부락하고 몸집이 장엄한 민물고기들이 흙탕물을 일으키며 부산스럽게 바닥을 쏘다니는데 호수의 기본조건은 가끔씩 한 번씩 나를 잊는 데 .. 詩 200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