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적 사고장애 2

|컬럼| 394. 하늘에 사람이 나르샤

병동환자 매튜가 하는 말을 직원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나 또한 그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다 파악한다. 그의 심중을 눈치로 때려잡는다. 매튜는 자기를 이해하는 나를 좋아한다. 정신과의사는 환자의 말을 귀담아듣는 일이 천직이다. 환자가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점에 대하여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무슨 말을 하는가, 하는 내용(content)보다 어떻게 말하는가, 하는 형식(form)에 더 신경을 쓴다. 폼생폼사다. 말이 즉 생각이다. 말의 형식이 일반인들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에 ‘formal thought disorder, 형태적 사고장애’라는 전문용어를 쓴다. 바쁜 세상에 사람들 간에 오고 가는 의사소통은 일단 구색만 갖추면 너끈히 통한다. 말은 ..

|컬럼| 381. 그레고리

로버트가 또 며칠 동안 약 먹기를 거부했다. 병동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눈치를 보였지만 다른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그와 여유 있게 말할 짬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로버트가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약을 거절했다는 해석은 맞지 않는다. 나는 그의 마음 씀씀이를 좀 알고 있는 편이다. 전에도 바쁜 와중에 대화를 나누지 못한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약을 끊으려 하지는 않았다. 로버트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심리학자와 소셜워커를 포함한 직원들 앞에서 아침 회진 시간에 그(*)와 대화를 나눈다. -왜 약을 안 먹으려 하지? *나는 돈이 많이 있어요. -내가 묻는 말에 답을 피하는구나! *나는 보디 빌딩을 좋아합니다. -다시 대답해라. 왜 약을 안 먹지? 약을 안 먹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