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은 묵상 중 / 최양숙 화단은 묵상 중 최양숙 씨방이 여문 도라지 대를 뽑으려다 내년에 밝힐 보랏빛 초롱을 떠올리며 밑동을 자른다 잿빛 솜무더기마냥 풀어진 쑥부쟁이 해어진 꽃무더기도 기운을 다 잃은 터 맥없이 끌려 나온다 흙 바닥을 기는 풀넝쿨이 이파리는 푸르지만 화단을 뒤덮기 전 말려야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11.04
탱고 추실까요? / 조성자 탱고 추실까요? 조성자 복숭아 한 입 베어 물자 과즙이 된 햇빛이 팝페라 가수의 노래처럼 튀어 나온다 내가 끌고 온 나를 끌고 가는 불면의 시간이 길어진 그림자를 밀며 멀어진다 후렴처럼 바람은 건들댄다 반복되는 것들의 권태가 증식되는 팔월 을 배웅하고 난 뒤의 적막은 길다 시간은 알몸으로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9.05
|컬럼| 139. 태풍의 이름들 기후라는 뜻의 'weather'는 고대영어로 'weder'라 했는데 원래 '바람' 또는 '바람이 분다'는 의미였다. 말 뿌리가 같은 'wither'는 빛이 바래거나 꽃, 혹은 애정 같은 것이 시든다는 뜻으로서 바람이 불면 수분이 고갈되는 이치를 담은 단어다. 당신은 황량한 요크셔 벌판의 폐가를 배경으로 하여 1847년에 출판..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