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3

|컬럼| 42. 웃기는 짬뽕

한국 티비에서 자꾸 '멘트(ment)'라는 말을 듣는다. '진술'이라는 의미의 'statement'의 끝부분을 덜렁 떼어온 토막영어다. 인사말을 '오프닝멘트'라 하고 맺음말을 '엔딩멘트'라 한다.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니다. 술을 '쭉 마셔라' 하는 우리의 '원샷!(One shot!)'은 '주사 한방'이라는 뜻. 멀쩡한 사람에게 싸움을 부추기는 일본식 영어 '화이팅!(Fighting!)'도 영어가 아니다. 양키들의 'cell phone'을 우리는 '핸드폰'이라 한다. '손전화'라니? 발로 거는 전화도 있는가. 우리는 영어를 가래떡처럼 석둑석둑 잘라서 쓴다. '리플'은 'reply'에서 끝부분을 떼어먹은 것. 컴퓨터를 '컴'이라 하고 '디카'는 '디지털카메라'에서 글자 넷을 죽인 말. '니고시에이션(n..

|詩| 전화대화

전화대화 Costa Rica 피자집 앞에서 전화를 건다 아 여보세요 사람이 없는 건너편 세상에게 말을 거는빈대떡 그림 높이 걸려있는 이 세상 meatball 버섯 양파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 좋은 고래고기 위잉 윙 소슬바람이 분다 詩作 노트:Costa Rica 사람들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웃으며 길을 간다 혼자 웃는 폼이 환청 증세처럼 보이네 나도 공중전화기를 귀에 대고 폼을 잡는다 © 서 량 2024.03.09

|컬럼| 126. 쇼캄쇼바

'flapper'는 1918년에 일차세계대전이 끝난지 3년 후 1921년에 생긴 슬랭이다. 전쟁을 마감한 사내들이 자괴감에 시달리는 동안 그들을 사랑하는 여자들의 행동거지가 자유분방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flapper'는 깃발이 펄럭이거나 새가 퍼덕거리며 날갯짓을 하는 의성어에서 유래했으며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버르장머리 없고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여자를 지칭한다. 육이오 사변 후 1950년대의 우리 사회에도 전후파 기질의 '후라빠'들이 출몰했다. 젊고 발랄한 그들은 허리가 잘록하게 돋보이도록 고등학교 교복을 몸에 꼭 끼게 고쳐 입거나 불량배 남학생들과 고려당이나 태극당 빵집에서 마주앉아 눈을 내리깐 채 시대의 첨단을 가늠하는 숨을 몰아 쉬었던 것이다. 그들은 건강한 남자 고등학생들 가슴에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