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웃음 2

꽃으로의 기행, 금문교 / 김종란

꽃으로의 기행, 금문교 김종란 누군가가 수 없는 누군가가 삶과 죽음을 던지면서 금문교 여기 사람 하나 오롯이 서 있듯 금빛 길 발끝에서 머리까지 들어온 금문교를 종단하다 아득하다 이제 머리에서 발끝으로 난 금문교를 걷다 안개가 수시로 감싸는 Golden Bridge 샌프란시스코는 검은 벚꽃나무 둥치 캄캄하고 암울하게 버티다가 꽃안개 인다 세어 볼수 없는 꽃 함박웃음 눈물 범벅이 된다 몇 권의 책과 그림과 음악을 묻는다 드러나며 감추는 삶의 안개 속 꽃으로의 기행 맑고 투명한 자멸의 열기 안개가 인다 송이 송이로 무수히 녹슬어 암담해 감당할 수 없어 꽃이 핀다 송이는 기울어진다 안개가 바람에 밀리듯 서늘한 입맞춤을 주고 받는다 © 김종란 2011.04.11

|컬럼| 398. 실실 쪼개기

제임스가 병동 복도에 서있다가 느닷없이 으흐흐 하며 크게 웃는다. 징글맞고 꺼림칙한 웃음 소리! 아무리 정신질환이지만 이건 좀 심하다. 으흐흐라는 의성어는 영어에 없다. ‘ha ha’가 있고, 산타클로스의 웃음소리인 ‘ho ho ho’가 있을 뿐이다. 하하, 허허, 헤헤, 호호, 후후, 히히, 킬킬, 껄껄, 낄낄, 푸하하, 으흐흐, 으하하, 이히히, 큭큭, 킥킥, 그리고 인터넷 채팅방에 굴러다니는 ‘ㅎㅎ’, ‘ㅋㅋ’ 같은 다채로운 우리말 앞에서 영어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동물 신경과학자, 야크 팽크셉(Jaak Panksepp: 1943~2017)은 2003년에 실험실 쥐의 배를 간질이면 쥐가 크게 웃는다는 사실을 녹음으로 증명했다. 동물도 소리내어 웃는다. 원숭이, 돌고래, 고양이, 개도 당신과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