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5

|詩| 안전거리

안전거리 다람쥐 한 마리 나무뿌리를 갉아먹는 중 나무는 거대하다 더 가까이 가면 당신은 쪼르르 도망갈 기색이다 새카만 눈동자 속에 무단 침입한다 그러지 말아요 희디 흰 토끼 한 마리 클로버를 한꺼번에 입에 넣는다 거대한 나무뿌리를 초록 파도 출렁이는 숲 속에 우뚝 선 등대뿌리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중  詩作 노트:New York Public Library 언저리에서 예쁜 다람쥐를 접근한 적이 있었다 좀 조심스럽게  © 서 량 2024.06.01

|컬럼| 415. 아리스토텔레스와 투란도트

대학시절 한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었다. 어느 날 그녀가 “우리 이젠 그냥 친구로 지내요,” 한다. ‘플라토닉 러브’ 관계 비슷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 양파에 식초를 뿌려가며 자장면을 먹으면서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호되게 설레이던 나에게 플라토닉 러브는 아주 이상한 외래어였다. 문학청년 티를 내며 시(詩)에 대하여 호들갑을 떨지 말았을 걸 그랬지. 플라톤의 저서 (BC 380)에 나오는 ‘시인(詩人) 추방론’을 읽었다. 그는 진리의 원형질, ‘이데아’와 그것을 모방하는 현상계와 현상계를 재차 모방하는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이 공화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했다. 족쇄를 찬 노예들이 관람하는 동굴벽 그림자 놀이의 프로듀서들이 예술가라는 사연이다. 동굴 밖에 건재하는 ‘이데아, Idea, 이념(理念)’..

|컬럼| 264. 장난스러움

정신과의사가 환자에게 유머러스한 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하여 논란이 일어날 때가 있다. 물론 유머의 효과나 부작용은 환자에 따라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싱거운 정답이 결론이다. 사람 사이에 농담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을뿐더러 적절한 강도의 유머가 정신치료에 유효하다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뉴욕 주립대학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교수 '글렌 게어(Glenn Geher)'에 의하면 적령기 여성들이 매력을 느끼는 남자의 첫째 조건이 유머감각이란다. 그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인류의 존속을 위한 출산과 육아 역할을 담당한 여성들이 남성에게서 원하는 것이 재산보다는 지성이라는 점과 지성의 높고 낮음이란 유머감각이 얼마만큼 있느냐 없느냐를 보면 즉석에서 알아낼..

|컬럼| 243. 사람 됨됨이에 관하여

성격장애 병동을 맡아 일하면서 시시때때로 환자들에게 성격장애에 대하여 강의를 하다 보니 정신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 그리고 심지어는 정신병 환자의 각도에서 사람의 성격에 대하여 자주 생각한다. 'personality'는 성격(性格)이 아니라 인격(人格)이라 번역해야 마땅할 것 같다. 'person'이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누가 인격이 있다, 없다 하면서도 성격이 있다, 없다 하지 않는 우리말 습관을 보면 인격에는 어떤 프리미엄이 붙지만 성격이란 눈이나 코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person'은 본래 옛날 로마 극장에서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假面)'을 뜻하던 라틴어'persona'에서 유래한 말이다. 서구인들은 가면을 쓰고 남들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