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솔 2

|詩| 책과 파라솔

책과 파라솔 -- 앙리 마티스의 그림, ‘파라솔과 함께 책 읽는 여자’에게 (1921) 풀섶에 뒹구는 하늘색, 옥색 차양 넓은 내 모자를 보세요 국방색, 군청색 파라솔이 자외선을 막아요 당신 얼굴이 풍기는 복숭아 냄새 T셔스 앞 V자로 펼쳐지는 공간에서 책갈피, 책갈피 사이로 목걸이가 흔들린다 시작 노트: 으레 파라솔을 펴고 그 아래에서 책을 읽을 줄로 알았지, 이 여자가. 아마 흐린 날씨였겠지. 그래서 파라솔은 펼쳐지지 않았다. 책 읽는 여자를 훔쳐본다. 무슨 책인지에는 관심이 없고 굵은 목걸이만 눈에 띌 뿐. © 서 량 2023.04.23

|詩| 새벽 커피 컵

환한 전등 아래 다 마신 커피 어둑한 커피 컵 속 대천해수욕장은 내 영혼의 어린이 놀이터 여럿이 우와 소리치며 타는 커다란 파도 파라솔 모래사장 하늘색 줄무늬 물색 커피 컵 옆 회색 가정용 전자혈압계 *LCD 표시판 널브러진 뭉게구름 하루에도 몇 번씩 눈감고 찾아가는 곳 파도 소리 우람한 햇살 아래 해맑은 대천해수욕장은 *Liquid Crystal Display - 액정(液晶) 표시장치 시작 노트: 새벽마다 혈압을 재는 습관이 생겼다. 건강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관찰 대상으로 삼아서 이거 참 재미있는데, 하는 일정이다. 혈압이 좀 높다 싶으면 10초, 20초 눈을 감고 11살 때 처음 갔던 대천해수욕장을 눈에 생생하게 그리고 나서 다시 재면 혈압수치가 10, 20, 드물게는 30 정도 뚝 떨어진다...

202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