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에스 엘리엇 2

|컬럼| 335. 스크린 메모리

우리는 지난 날을 얘기한다. 어릴 적 기억을 불현듯이 떠올리거나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퇴근길 주차장에서 직장 동료와 말을 나누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사조와 사회풍조와 가정환경의 테두리 안에서 심리적으로 발육한다. 그렇게 지난 날을 벗어난 듯한 환자들이 내게 과거를 털어 놓는다. 그들의 현재가 과거에 받은 상처의 결과라는 생각의 덫에 걸려서 나는 한 사람의 유전적 요인보다 그가 겪은 인생경험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프로이트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한다는 원칙을 정신분석의 토대로 삼았다. 그러나 현재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는 이론에는 어딘지 아리송한 구석이 있다. 나는 현재가 과거의 금단 없는 연속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할 때가 많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은 ..

|잡담| 칵테일 파티

당신도 알다시피 나 잘난 척하는 걸 참 싫어하는 편이지. 근데 오늘은 좀 잘난 척하고 싶은 심정이네. 그것도 혹시 당신이 울렁증이 있을 것 같은 영어, 게다가 영시를 가지고 위험천만한 과시를 하고 싶은 거야. 이해해 줄 수 있슬런지. 티 에스 엘리엇(T. S. Eliot)의 극시(The Cocktail Party)를 옛날에 띄엄띄엄 읽은 적이 있어. 물론 그 얘기 줄거리도 잘 모르면서. 히히.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띠어먹으면서 대따로 열나게 읽었지. 그러다가 다음 대목에서 찌르르한 전율감이 오더라구. 마침 또 나중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봤더니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정신과의사가 하는 말이었다구. 도둑이 도둑을 알아본다더니. 어쩐지 사람의 성격이라든가 자의식(自意識) 같은 것에 대한 문젯점이 내 귀에 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