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의 규칙을 언급하면 묵묵무답. 그러나 피자를 화제로 삼으면 모두의 표정이 환해지는 금요일 오후 그룹 세션이다. 우리는 왜 규칙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피자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가. 피자 냄새와 맛이 연상되는 순간 후각과 미각이 합쳐져서 감각적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리처드가 묻는다. 한국인들도 피자를 좋아합니까. 토핑으로 무엇을 얹어 먹습니까. ‘pizza’는 ‘피쩌’라 발음하면 어쩐지 공격적으로 들린다. 경음을 피하고 ‘피자’, ‘자장면’이라 하면 맥없이 부드러운 기분이다. ‘noodle, 국수’, ‘chop suey, 잡채’ 같은 발음도 다분히 여성적이다. 납작한 빵을 뜻하는 히브리어 ‘pita’와 그리스어 ‘petta’는 ‘pizza’와 말뿌리가 같다. ‘피쩌’는 전인도유럽어의 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