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 3

|컬럼| 12.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미국 고전 문학과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의 가교 역할을 한 소설가 토마스 울프(Thomas Wolfe)는 프로이드에게 정신분석을 의뢰했다가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깍듯이 거절 당했다. 그가 38살의 젊은 나이에 폐렴으로 요절하기 몇 달 전 탈고해서 1940년 사후 출판된 소설 제목은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You can’t go home again)’이다. 우리말 번역본도 나와 있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이민자들이 듣기에 가슴이 메어지는 말이다. 6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자전적 소설은 다음과 같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여기 미국에서 갈 곳을 잃어버렸지만 나는 우리가 길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I believe that we are lost..

흙 갈이 / 김정기

흙 갈이 김정기 꽃나무도 나이 들면서 헛소리를 한다. 십 수 년 묵은 집을 털고 새 흙에 심겨지니 이웃에 낯가림을 하면서 떠난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밤새도록 흩어진 친구를 부르다 끝내 실어증을 앓는다. 연한 뿌리들이 감추어둔 얼룩을 찾아 꿈틀대다 꺾이고 상하고 오래된 것들이 살갑지만 낯선 것은 서툴고 불편하다 그래도 새것은 눈부시다. 어두움에 길든 침묵은 햇볕에게 말을 건다. 질긴 끈으로 묶였던 시간들이 토막 나 뿔뿔이 달아나고 뒤섞여도 당신은 거기에 있었구나 창공에서 쏟아진 이름들이 숨긴 어제와 손잡아도 끌어안아도 흩어져버리는 이 땅 한 번쯤 뒤돌아본 당신의 흙 묻은 얼굴 그러나 계속 당신을 향해서만 고개 돌리는 타향 떠밀려온 흙은 그나마 화분에도 못 담기고 버려져 엉겅퀴를 키우지만. 장미꽃과 잡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