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 2

흙 갈이 / 김정기

흙 갈이 김정기 꽃나무도 나이 들면서 헛소리를 한다. 십 수 년 묵은 집을 털고 새 흙에 심겨지니 이웃에 낯가림을 하면서 떠난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밤새도록 흩어진 친구를 부르다 끝내 실어증을 앓는다. 연한 뿌리들이 감추어둔 얼룩을 찾아 꿈틀대다 꺾이고 상하고 오래된 것들이 살갑지만 낯선 것은 서툴고 불편하다 그래도 새것은 눈부시다. 어두움에 길든 침묵은 햇볕에게 말을 건다. 질긴 끈으로 묶였던 시간들이 토막 나 뿔뿔이 달아나고 뒤섞여도 당신은 거기에 있었구나 창공에서 쏟아진 이름들이 숨긴 어제와 손잡아도 끌어안아도 흩어져버리는 이 땅 한 번쯤 뒤돌아본 당신의 흙 묻은 얼굴 그러나 계속 당신을 향해서만 고개 돌리는 타향 떠밀려온 흙은 그나마 화분에도 못 담기고 버려져 엉겅퀴를 키우지만. 장미꽃과 잡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