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2

나무 탁자와 마음대로 놓인 의자 / 김종란

나무 탁자와 마음대로 놓인 의자 김종란 안기는 모호한 것 하늘이나 강으로 흐르는 것에 뛰어드는 전혀 관련이 없이 외따로이 있다가 거품으로 줄어드는 커피잔의 커피 너와 내가 없어져 알고 있는 것 없어 붙잡히지 않는 어느 날 문득 강변에 놓인 모호함의 흔적 나무 탁자와 마음대로 놓인 의자 강물결의 푸르른 이빨에 하얀 야생화와 더불어 한번 씩 씹혀보는 것 투명하게 웅크리고 있던 눈물의 맛 어깨위를 밟고 지나가는 시간의 구둣발 모호함에 부딪쳐 파란 강물이 된다 © 김종란 2017.09.07

겨울사람 / 김종란

겨울사람 김종란 겨울사람은 언저리에 닿고 싶다 담배를 태우면서 화면 가득 노래 부르는 샹송가수 그 부드러운 미소 거침없는 커다란 눈과 입 살아있으므로 닿을 수 있다 이제 겨울 한 가운데서 수프를 끓이면서 보내는 시간 겨울 밤 불빛들은 가슴 언저리 꽃처럼 머물다 간다 추운 것을 함께 견디려 하다가 짐짓 더 추운 것을 서로 덤으로 얹어 주면서 겨울사람 하나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샹송가수는 걸어나와 수프를 끓인다 겨울사람 영화속에서 커피잔 언저리 살짝 두드리며 입술에 와 닿았던 향기의 소소한 부분을 불러낸다 칼로 말을 자르는 추운 부엌에서 샹송가수는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준다 남겨진 겨울사람에게 © 김종란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