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김정기 해녀는 찬바다를 헤엄치면서 악기를 만든다. 전복을 캐고 물미역을 뜯으며 첼로를 켠다 첼로 소리는 해상으로 올라오면 곡소리가 되고 깊은 바다 밑에서는 가곡이 된다 삭아빠지고 짓무른 육신은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고무 옷에 지느러미는 햇볕을 받아도 번쩍이지 않고 어둡다. 해녀가 만든 악기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이 흘러나올 때 평생 키워오던 돌고래에 먹힐 위험으로 물을 차며 도망친다. 이 엄청난 바닷물이 모두 해녀가 쏟은 눈물이라는 것을 돌고래가 알기까지는 해녀가 바다 속에 갈아앉고 봄이 떠날 무렵이었다. © 김정기 2022.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