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3

해녀 / 김정기

해녀 김정기 해녀는 찬바다를 헤엄치면서 악기를 만든다. 전복을 캐고 물미역을 뜯으며 첼로를 켠다 첼로 소리는 해상으로 올라오면 곡소리가 되고 깊은 바다 밑에서는 가곡이 된다 삭아빠지고 짓무른 육신은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고무 옷에 지느러미는 햇볕을 받아도 번쩍이지 않고 어둡다. 해녀가 만든 악기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이 흘러나올 때 평생 키워오던 돌고래에 먹힐 위험으로 물을 차며 도망친다. 이 엄청난 바닷물이 모두 해녀가 쏟은 눈물이라는 것을 돌고래가 알기까지는 해녀가 바다 속에 갈아앉고 봄이 떠날 무렵이었다. © 김정기 2022.05.14

|詩| 밤의 노래

습도 백 퍼센트 되는 새벽쯤 해서 끈적한 수증기로 사라지리라 먼 은하수 돛단배 뱃노래 에헤야 데야 일렁이며, 일렁이며 당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굵다란 첼로 멜로디와 내 창문을 때리는 팀파니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주먹만 한 두 눈이 얼굴을 완전히 차지한 자궁 속 태아가 머리를 숙이면서 예쁜 생선 등골이 C자로 휘어지는 먹물 하늘에 몸을 던진다, 기꺼이 던집니다 베토벤 심포니 9번 4악장쯤 해서 젊음을 벗어난 바리톤이 냅다 소리치는 한밤, 기나긴 순간에 © 서 량 2018.10.01- 2021.05.19

202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