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액 3

|詩| 눈요기

꽃게는 우락부락한 꽃이다 가파른 사랑의 행로를 기어온 울퉁불퉁한 내력이다 꽃게가 모니터 화면에 뿌리 깊이, 잔뿌리도 깊게 실물보다 더 촘촘한 해상도로 꽉 박혀있다 게딱지 안쪽으로 순식간에 그러니까, 아주 부지불식중에 금방 찐 감자보다 더 뜨거운 체액이 고인다 시작 노트: 게가 양팔을 니은 자 모양으로 치켜드는 장면은 늘 좀 귀여워 보인다. 어릴 적 조그만 게에게 손가락을 물리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꽃게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게가 꽃처럼 보여서 생긴 말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서 량 2011.06.21 월간 시집 2011년 8월호에 게재

발표된 詩 2023.03.06

|詩| 뱀 무늬 수박

버그적 단칼로 몸이 와스스 쪼개지면서 살가운 체액을 하늘로 뿜어내는 풋풋한 힘 저 수박 속 숨은 힘을 보세요 생명은 무지합니다 연거푸 겉 다르고 속 다른 수작을 부리는 푸른 풀섶 뱀 무늬 수박을 더듬어 보세요 단호한 칼질 제대로 한 번 하지 못하고 무지의 비린내 풀풀 풍기는 수박을 어루만지다시피 당신은 지금 울고 있구나 칼이 무서워 너무나 무섭다면서 눈을 질끈 감은 채 그다지도 © 서 량 2010.08.28 - 2021.08.11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670008 미주중앙일보 – 미주 최대 한인 뉴스 미디어 www.koreadaily.com

발표된 詩 202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