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목걸이 3

|詩| 진주 목걸이

진주 목걸이 -- 마티스의 그림 ‘검정색 배경 앞에 앉은 여자’에게 (1942) 진주 알맹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Y 모양, Y 모양 당신 목 앞쪽이 추위에 떤다 암흑 속에 수많은 괄호가 숨어있네 괄호들이 옴짝달싹 않다가 이내 움직이기 시작하네 시작 노트: 텍스트가 시그널, 상징처럼 보일 때가 많다. 추상보다 비주얼 감각에 쏠리면서 사는 우리들. Seeing is believing! 모쪼록 글쟁이들은 환쟁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은데. © 서 량 2023.03.23 https://news.koreadaily.com/2023/05/05/life/artculture/20230505175251380.html [글마당] 진주목걸이 진주 알맹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Y 모양, Y 모양 당신 목 앞쪽이 추위에 떤다..

백 년 전 / 김정기

100년 전 김정기 100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을 삭이기에 충분한 고요인가 이 건물에 가득하던 풋풋함 모두 어디로 갔을까 헤픈 웃음도 문안에서 졸아들고 여자의 허리에 매달리던 굵은 목소리 공중분해 되고 바람도 서로 껴안던 진주 목거리 풀어져 흩어져서 떨고 있다. 나뭇잎이 내려앉은 스카프에 낡은 실밥 하나 방에 성에 끼던 견뎌내기 어려운 추위 연필로 베껴 쓰던 연서는 세상의 창문을 모조리 닫아걸었지 어두움은 온몸을 덮쳐왔지만 손끝에 닿는 씨앗들 공중에서 떨어지는 빛으로 옷을 지어 입고 길 떠나던 백 년 전 어느 날 한 사람의 세월을 몰래 본다. © 김정기 2012.12.13

|詩| 봄이 나를 버리고

매년 봄이면 손짓하고 꼬리치고 싱그러운 들판을 함부로 뛰어다니며 봄을 유혹하다가 덜컥 변덕이 나서 내가 먼저 달콤한 작별을 고하기도 하는 줄로 예사로이 알았는데 // 매년 봄이면 나무들이 벌건 대낮에도 몸에 꼭 끼는 초록색 야회복을 입고 루비며 진주 목걸이를 달랑달랑 걸친 그 모습에 고만 질려서 내 뻥 뚫린 시야를 앞지르는 게 정말 미워서 눅진눅진한 앞마당 밖으로 내가 먼저 봄을 쫓아내는 줄로 참 예사로이 알았는데 // 이제 나 봄 정원 귀퉁이에 하나의 돌멩이가 되어 좀 긴장하며 눈 감은 채 가만가만 누워있고 봄이 지 마음대로 이상한 요술을 부리다가 불시에 나를 버리고 훌쩍 떠나겠다는 데야, 이제 나는 © 서 량 2006.05.25 [뉴욕 중앙일보 글마당] – 2020.02.16 개작

발표된 詩 202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