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5

|컬럼| 407. 정상, 비정상, Crazy?

엊그제 병동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미친(crazy) 생각을 할 수 있고, 미친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친 행동은 절대 안 된다. 우리 사회는 미친 ‘행동’을 용허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BC 322~384)가 주창한 웅변술의 3대 요소, Pathos(감성), Logos(논리), ‘Ethos(문화)를 생각한다. 감성은 원시적 본능, 논리는 일상적 자아, 문화는 사회적 윤리를 대변한다. 이 세 기둥이 튼튼하게 잘 어울리면 듣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단다. 정치가들의 발언에도 너끈히 적용되는 원칙이다. 허버트는 병동에서 화장실 변기에 비닐봉지, 우유통 쪼가리 따위를 집어 넣어서 변기를 막히게 하는 짓을 한다. 하나의 변기가 막히면 모든 환자들이 다른 병동 화장실을 이용해야 되는 불편..

푸른 웃음 / 김종란

푸른 웃음 김종란 조그만 트럼펫을 닮은 꽃 나지막한 가을 언덕에 보라색 푸른색 꽃들이 피어 있어 그 중 하나 내게 와 눈물을 머금은 채 푸르게 흔들리고 있어 웃음 속에 푸르름을 감추고 *앨런 긴즈버그의 언어를 뛰어넘어 지옥의 신기루를 넘나들어 고개를 기웃거리며 나를 들여다보고 있어 조그만 트럼펫을 닮은 꽃 에밀리 디킨스의 시에 나오는 gentian, 용담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어 * 비트 세대의 시인 © 김종란 2021.06.26

|컬럼| 416. 낯선 사람에게 말하기

커다란 양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어느 백화점 향초 섹션을 머뭇거린다. “초콜릿보다 바닐라 냄새가 더 좋아요,” 하며 한 백인 중년 부인이 등뒤로 바쁘게 말하면서 지나간다. 나는 두 향초를 킁킁대며 검토한다. 초콜릿 냄새는 공허감을 자극하는 반면에 바닐라 향기는 왠지 마음을 가라앉히는 느낌이다. 그 여자는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초콜릿향과 바닐라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도와주려는 의향이었나. 그녀가 낯선 사람에게 훌쩍 말을 던지고 지나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의 2019년 저서 를 읽었다. 이듬해 한국에서 번역판이 나왔는데 제목을 이라 해 놓았다는 것을 검색해서 알았다. 저자는 2015년 7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일어난 30세의 히스패닉계 경찰과 28살..

|컬럼| 108. 확 트인 공간

며칠 전 우연히 윈스턴 처칠의 인용구를 훑어보다가 깜짝 놀라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다. "If you are going through hell, keep going: 당신이 만약 지옥을 지나가고 있다면, 계속해서 가십시오" 라는 그의 명언 때문이었다. 이 말은 역경에 처했을 때 도망을 치거나 풀썩 주저앉는 것보다는 계속 튼실한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가다 보면 역경이 끝난다는 지혜와 의지력의 중요성을 당신에게 고취시킨다. '피와 땀과 눈물로' 2차 세계대전을 극복한 영국 수상다운 발언이다. 'hell'은 고대영어와 불어에서 'underworld: 지하세계'라는 뜻이면서 '막힌 장소'라는 의미도 있었다. 14세기 후반에 역경이나 나쁜 경험이라는 뜻이 첨가됐고 'Go to hell!: 지옥에 가라'는 식으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