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2

|컬럼| 484. 도망자

1960년대 중반경 미국과 한국을 휩쓸었던 미드 를 기억하는가.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채 제라드 경위에게 쫓겨 다니면서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하여 ‘외팔잡이 사내’를 잡을 때까지 미 전역을 방황하던 소아과의사 리처드 킴블의 어두운 얼굴을. ‘도망자’는 도망할 逃, 망할 亡, 놈 者, 나쁜 뜻이다. 어릴 적에 한자어 ‘亡’자를 무서워한 적이 있다. 사실은 지금도 좀 그렇다. 니은자에 뚜껑을 위태롭게 얹어놓은 것 같기도, 상투가 달린 디귿자처럼 보이는 망할 亡.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과 행동이 정상을 벗어난 치매 상태를 뜻하는 망령(妄靈). 기억력이 완전 망가진 망각(忘却), 사방팔방 검푸른 파도만 출렁이는 망망대해(茫茫大海). 망중한(忙中閑). 정치적 이유로 본국을 떠나는 망명(亡命). ‘망’이..

|컬럼| 81. 자살의 의미

자살을 영어로 'suicide'라 한다. 'sui'는 라틴어의 'self(자기)'라는 뜻이고 'cide'는 '자르다(cut)'라는 의미니까 'suicide'는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는 말. 한자로는 '자살'이라고 하는데, 우리 고유의 말에는 이 단어에 해당하는 명사가 없다. 우리에게 자살이라는 개념은 혹시 중국에서 빌려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cide'가 목숨을 끊거나 자른다는 의미로는 'suicide' 외에도 'homicide(타살); genocide(인종학살); patricide(살부); infanticide(영아학살)' 같은 어휘들이 즐비하다. 'decide'는 결정한다는 말이다. 한 양키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양쪽을 잘 분석해서 한쪽을 과감하게 짤라 내야 결론이 나오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