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3

|컬럼| 400. 격(格)

병동 직원들과 성격(性格, personality)에 대하여 토론을 벌인다. 성격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결국, ‘한 사람의 특징적인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을 일컫는 것이라는 짧은 결론을 내린다. 성격은 기분, 생각이나 태도로 남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렇다. 성격은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인생사다. 나는 “Personality is everything!” 하며 힘주어 덧붙인다. 당신과 나의 모든 대인관계에서 사실 ‘성격이 전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종사하는 정치, 사회, 경제, 종교, 연예 등등 제반 분야에 걸쳐 똑같은 이론이 적용된다. 영어의 ‘personality, 성격’에 비하여 한자어로 인격(人格)이라는 말이 따로 있는데 사전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이라 풀이한다. 인품이..

|컬럼| 243. 사람 됨됨이에 관하여

성격장애 병동을 맡아 일하면서 시시때때로 환자들에게 성격장애에 대하여 강의를 하다 보니 정신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 그리고 심지어는 정신병 환자의 각도에서 사람의 성격에 대하여 자주 생각한다. 'personality'는 성격(性格)이 아니라 인격(人格)이라 번역해야 마땅할 것 같다. 'person'이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누가 인격이 있다, 없다 하면서도 성격이 있다, 없다 하지 않는 우리말 습관을 보면 인격에는 어떤 프리미엄이 붙지만 성격이란 눈이나 코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person'은 본래 옛날 로마 극장에서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假面)'을 뜻하던 라틴어'persona'에서 유래한 말이다. 서구인들은 가면을 쓰고 남들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을..

|잡담| 칵테일 파티

당신도 알다시피 나 잘난 척하는 걸 참 싫어하는 편이지. 근데 오늘은 좀 잘난 척하고 싶은 심정이네. 그것도 혹시 당신이 울렁증이 있을 것 같은 영어, 게다가 영시를 가지고 위험천만한 과시를 하고 싶은 거야. 이해해 줄 수 있슬런지. 티 에스 엘리엇(T. S. Eliot)의 극시(The Cocktail Party)를 옛날에 띄엄띄엄 읽은 적이 있어. 물론 그 얘기 줄거리도 잘 모르면서. 히히.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띠어먹으면서 대따로 열나게 읽었지. 그러다가 다음 대목에서 찌르르한 전율감이 오더라구. 마침 또 나중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봤더니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정신과의사가 하는 말이었다구. 도둑이 도둑을 알아본다더니. 어쩐지 사람의 성격이라든가 자의식(自意識) 같은 것에 대한 문젯점이 내 귀에 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