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3

|컬럼| 477. 경우

정치평론 위주의 유튜브를 보며 한국말 쓰임새를 배운다. 귀가 닳도록 ‘누구누구 같은 경우’라는 말을 듣는다. 이를테면, ‘홍길동은…’ 하는 대신에 ‘홍길동 같은 경우에는…’하는 표현을.  홍길동은 사람이 아니라 ‘경우’다. 홍길동이 유일무이하지 않고 홍길동 ’같은’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암시다. 개별성은 없고 동질성만, 개인은 없고 단체만 존재한다는 사고방식, 소신 있고 개별적인 정치가는 없고 당에 충실한 당원(黨員)만 있다는 식이다. 우리 ‘DNA’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대인기피증의 소치일까. 상대의 ‘first name’을 부모가 자식 이름을 부르듯 불러대는 미국적 말습관에 반하여 우리는 성명(姓名, full name) 뒤에 직함을 꼭 부친다.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대표! 성씨(姓氏, la..

|詩| 바다 밑 거북이

거북이 눈, 내 아버지 눈 *Largo 템포 너울대는 양쪽 팔 유튜브 미역숲 거북이 참 크다 누구나 안다 소스라치는 열대어 새빨간 몸 흰 줄이 죽죽 간 무늬 고개를 돌리면 몸이 따라간다 갑골문자, 내 배딱지에 갑골문자 text 전혀 어렵지 않아요 자맥질 하는 거북이 이때가 때다 다 큰 어른이 양쪽 팔을 벌리고 나비야 나비야 춤을 추니까 하늘, 흐릿한 하늘에 우르르 펼쳐지는 큰 大자라니까 정말 *라르고: (음악용어) 느리고 장중하게 시작 노트: 느리고 반복적인 음악이 흐른다. 유튜브가 바다 밑 풍경으로 나를 진정시킨다. 거북이가 화면전체를 덮는다. 여간하지 않고서는 배딱지를 보여주지 않는 거북이. 갑골문자가 새겨진 자리를 잘 감추는 저 거북이. © 서 량 2022.11.25

2022.11.25

|詩| 기생잠자리

웃을 때마다 뇌가 울린다 거대한 숲, 비에 젖은 접동새가 귀 기울이는 천둥 벼락, 지난 여름이 기울 때도 그랬다 새끼 손가락 반만 한 妓生잠자리 妓生잠자리 날개를 반짝이며 쏘다니는 원시의 숲에서 당신은 유튜브를 묵묵히 관람한다 공포에 질려서 마구 고함을 치고 싶어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싶어도 등허리에 여리디 여린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신 로마신화를 슬쩍 빠져나와 속세의 숲을 유람하는 바람의 신 神이라는 당신의 아이디, 이름을 발음하기가 한참 어려운 神이 숲을 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귀신 신, 웃을 때마다 쑥쑥 올라가는 방문통계 등뼈를 전후 좌우로 흔들면서 영영 당신이 전신을 부르르 떨다시피 시작 노트: 브들레르, 케루악, 긴즈버그, 정진규 같은 산문시인들의 고초를 생각한다. 케루악의 "On the ..

202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