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 2 김종란 몸을 청량한 하늘이 베어 버린다 무심코 손끝 베듯 아득하게 두 동강이 진다 구월의 바람 쏟아져 들어 온다 아이스크림 차 곁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푸르게 심장을 베인다 그늘에 핀 흰 수국 바람에 서로 어긋나듯 기우뚱 9월의 바람이 불면 내가 아니어도 네가 아니어도 된다 단칼에 베어져 일년초 지듯 살결로 감싼 푸른 핏줄과 붉은 심장 무거운 내장을 오늘은 버려도 된다 하늘만 가득히 들어와라 푸르게 푸르게 섬광처럼 베어져서 멀어지자 바다에 떠있는 흰 유람선처럼 오늘은 있어라 © 김종란 201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