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 2

|컬럼| 34. 피랍자를 돌려주는 용(龍)

피랍자를 돌려주는 용(龍) 용궁은 용이 사는 궁이다. 효녀 심청이는 인당수에 뛰어든 후 용궁에서 푸짐한 대접을 받으면서 하루를 잘 지낸 후 용왕의 신통력으로 연꽃 속에 들어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그곳 용궁에는 금은보화가 그득하고 음식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고 전해진다. 원래 우리의 파라다이스는 바다 밑에 있었다. 구약에서 파라다이스는 에덴 동산이었고 신약시대의 천국은 하늘에 위치한다. 인류의 낙원은 해저에서 점점 하늘쪽으로 풍선처럼 둥실둥실 날아가는 변천사를 겪는다.  'dragon'은 13세기 초 불어와 라틴어의 'draco'에서 유래했는데 '뱀'을 뜻했다. 아담과 이브를 살살 유혹한 바로 그 교활한 뱀이었다. 같은 어원의 'drak'는 희랍어로 '똑똑히 보다' 혹은 '무섭게 노려보다'라는 뜻. ..

|詩| 맨해튼 북부

한 사람이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맨해튼 북부 웨스트 사이드 너절한 거리를 걸어간다고 쳐 꽃집도 몇 군데 있는 개는 개대로 바보처럼 기뻐하고 개 주인은 인생을 정중하게 탐색하는 태도를 포기한지 한참 됐다거나 아니면 찌릿한 마음의 평온 같은 거나 죽음에 접근하는 서늘한 평화를 좋아하는 법을 목하 체득 중이라고 쳐 개 주인이 아니야 꼭 그런 상황이 아니면 어때요 설정이야 아무렴 어때요 우리 처음부터 다시 해요 응 그래 한 사람이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맨해튼 북부 웨스트 사이드 한여름에도 늦가을인 듯 바람이 부는 거리를 개 다리 넷과 사람 다리 둘 도합 다리 여섯 개가 바쁘게 튼튼한 드럼 비트에 박자 맞춰서 쿵처적! 쿵척! 신나게 빠르게 걸어간다고 쳐 수정벽으로 쫘악 둘러 싸인 용궁 속에 앉아 적적한 바다 밑을..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