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요술 요술 몸을 드러내는 나무 밑 얼굴을 가린 호빗 hobbit래빗 rabbit rabbit작은 것들 빠르게 스쳐가는 작은 것들토끼의 심계항진 palpitation180° 각도로 지팡이 짚은 요술쟁이shaving lotion 수염으로 얼굴을 가린 詩作 노트:가공의 난쟁이 hobbit 집 현관 등불 앞에나도 늙은 요술쟁이도 가상의 존재들이다 ⓒ 서 량 2024.09.22 詩 2024.09.22
|詩| 인터넷에 잡히는 꽃 솜구름 떠도는 화면 속 거무칙칙한 바위 틈에 자리잡은 *벌레잡이제비꽃, 초록색 바람에 붙잡힌 벌레잡이제비꽃이 다섯 손가락을 펼친다 진한 보랏빛 요술을 부리는 벌레잡이제비꽃, 전자파장 자욱한 인터넷에 새빨간 점박이 무당벌레 한 마리 기어간다 잠시 후 눈물을 펑펑 쏟는 벌레잡이제비꽃, 초록색 바람결에 짙은 안개가 깔리는 전자공간에 투사되는 당신의 심층심리 *Pinguicula vulgaris: 대한민국 북부 높은 산의 습한 바위나 늪지에 나는 여러해살이 식충 식물 시작 노트: 내 삶을 지배하는 인터넷. 어떤 때는 종일토록 인터넷을 쏘다닌다. 우연찮게 벌레잡이제비꽃을 공부한다.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이라니! 말만 듣던 그런. © 서 량 2009.04.14 – 2022.12.15 詩 2022.12.15
|詩| 봄이 나를 버리고 매년 봄이면 손짓하고 꼬리치고 싱그러운 들판을 함부로 뛰어다니며 봄을 유혹하다가 덜컥 변덕이 나서 내가 먼저 달콤한 작별을 고하기도 하는 줄로 예사로이 알았는데 // 매년 봄이면 나무들이 벌건 대낮에도 몸에 꼭 끼는 초록색 야회복을 입고 루비며 진주 목걸이를 달랑달랑 걸친 그 모습에 고만 질려서 내 뻥 뚫린 시야를 앞지르는 게 정말 미워서 눅진눅진한 앞마당 밖으로 내가 먼저 봄을 쫓아내는 줄로 참 예사로이 알았는데 // 이제 나 봄 정원 귀퉁이에 하나의 돌멩이가 되어 좀 긴장하며 눈 감은 채 가만가만 누워있고 봄이 지 마음대로 이상한 요술을 부리다가 불시에 나를 버리고 훌쩍 떠나겠다는 데야, 이제 나는 © 서 량 2006.05.25 [뉴욕 중앙일보 글마당] – 2020.02.16 개작 발표된 詩 2020.02.16
|詩| 달걀을 위한 명상 오래 전에도 이랬다 흔들림의 껍데기에 손을 얹고 안쪽을 알아낸다 한쪽이 살아있다 끈덕진 존재감으로 다그치는 감각의 요술 전자파장이 타원형으로 퍼져나갑니다 전자파장이 몸을 파고듭니다 전자파장이 스르르 번지다가 작동을 멈추자 중력이 활짝 젖혀집니다 달걀을 나무라지 못.. 詩 2017.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