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풀밭에 사슴 한 마리 서 있다. 그에게 살금살금 접근해서 정면으로 시선을 교환한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슴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생후 몇 달 안되는 손녀딸을 팔에 안는다. 그녀는 아주 차분한 시선으로 내 얼굴을 살핀다. 이 아이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토끼와 호랑이가 동화에서 말을 주고 받는다. 동화작가는 의인화(擬人化) 기법으로 동물을 사람으로 둔갑시킨다. 말은 생각을 전제로 하는 법. 당신의 손짓발짓, 웃거나 찌푸리는 얼굴, 짧은 탄성 같은 것들은 비언어(非言語)적인 도우미 역할을 할 뿐 세련된 ‘마스터 오브 세리머니’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아이가 어른처럼 언어를 사용해서 생각한다는 설정을 성인화(成人化)라 한다. 나는 사슴도 손녀딸도 언어를 훌륭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