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동물 3

|詩| 꿈꾸는 문어

바다 밑바닥을 헤맨다 나는 바다다 나는 밑바닥 시시때때로 변하는 살 색깔 기암괴석 울퉁불퉁한 틈서리를 연신 파고드는 나는 연체동물 바다가 나를 윽박지른다 해도 설령 세 개의 심장*이 내 꿈을 지휘한다 살갗은 꿈 배경 빛깔, 재깍재깍 늘 형형색색 달라지는 전혀 문어가 아니면서 나는 올데갈데없는 문어야, 문어! 당신이 깜짝 놀라 눈을 깜빡하는 동안 발(足) 여덟 개가 들입다 요동치는 꿈이다 완전 나는 * 깊은 바다 밑 기암괴석 위에서 쉬는 꿈을 꾸면 몸이 돌 색깔이 되고, 먹이를 찾아 모래 위를 기어가는 꿈을 꾸면 몸 빛깔이 모래 색으로 변하는 문어는 심장이 셋이야, 셋! 하나는 커다란 머리를 지탱하고 둘은 요동치는 여덟 개 다리를 지휘한다. 시작 노트: 우연히 19년 전에 쓴 시, '문어의 죽음'을 비판적..

2022.07.08

|詩| 달팽이 몇 마리

시간이 당신을 아무리 재빠르게 지나친다 해도 이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 봄비가 내리고 있어요 병동 아득한 복도 끝에서 누군가 소리칩니다 몇 알의 신경안정제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 줌 햇살이 내 살갗에 와 닿아요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간간 남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의 나쁜 버릇을 어쩌나 싶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며 얼굴을 치켜드는 당신이 참 좋아요 나는 기꺼이 허무를 감싸 안는다 습기 그득한 시간, 시간의 갓길을 천천히 기어가는 연체동물 몇몇을 실눈을 뜨고 보고 있어요 이제는 어엿한 봄이 아닙니까 밖이 © 서 량 2019.03.25

201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