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 3

Summer Guest / 김종란

Summer Guest 김종란 여름 숲 물고기 진초록 나뭇잎 사이 순식간에 넘나드는 여유로움 명상에 드는 눈 깜빡이지 않는 눈 여름 바람결 물결처럼 타오른다 검푸른 초록에 잠기고 잠기면서 활짝 뜨는 눈 마음 가득 범종 소리를 담은 채 여름날 온몸 바람에 드러내는 이곳 이 순간 멀리 떠나는 풍경 소리 숲 속에서 나뭇잎과 함께 춤추며 여름바람 더불어 깊이깊이 자맥질하면서 초록 불붙는 여름날 물기 가득한 나뭇잎 초록 빛으로 타오르다가 여름 숲 눈 떴을 때 이곳 이 순간 멀리 보내는 풍경 소리 물고기는 깨어 있어 당신을, 숲을 껴안는다 © 김종란 2021.07.16

숲 / 김정기

숲 김정기 숲은 새벽의 기미로 달콤하다 술렁이며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어울려 여름을 만든다. 쓰르라미가 자지러지는 청춘의 손짓을 그때 그 순간을 잡지 못한 숲은 기우뚱거린다. 감춘 것 없이 다 들어낸 알몸으로 땡볕에 땀 흘리며 서있는 나무들에게서 만져지는 슬픔 절단해버린 발자국을 수 없이 되살리며 그들의 반짝임에 덩달아 뜨거움을 비벼 넣는다. 올해 팔월도 속절없이 심한 추위를 타는데 매일 시간은 새것 아닌가. 내 안에 충동은 오늘도 못 가본 곳을 살피지 않는가. 뒤 돌아보며 챙기지 못한 것 숨결 안에 가두고 오랜 비바람에 시달린 나무들의 얼굴은 상쾌하고 환하다 그들의 표정은 언제 보아도 편하다 더구나 나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웨스트체스터*의 여름 숲은. *뉴욕 북부 © 김정기 201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