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5

|컬럼| 473. 버딘스키

환자들 간에 말다툼이 일어난다. 금세 주먹다짐이 터진다. 정치가들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난다. 그들의 말다툼은 주먹다짐 대신 막말잔치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룹테러피 세션에 나는 환자들의 인내심 부족과 미숙한 언변을 염두에 두면서 자유토론을 멀리하고 강연 형식을 취하려 애를 쓴다. 마치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남의 말을 가로막는 습관이 있는 환자가 눈을 크게 뜨고 앉아있다. 그는 내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재빨리 끼어들어 반대의사를 표명하거나 주제와 관계없는 말을 꺼낸다. 다른 환자가 “Hey, Mr. Buttinksi!” 하며 그를 향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참 오랜만에 듣는 속어, ‘Buttinski’다. ‘butt in’에 도스토예프스키 또는 차이코프스키 같은 북유럽식 이름의..

|詩| 줄무늬

줄무늬 -- 마티스 그림 “분홍색 옷을 입은 실내의 소녀”에게 (1945) 수직으로 내리는 빛줄기 빨강 주홍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빛다발 초록 벽장 문짝에 수평으로 스치는 숯검정 빛살 여자가 저항하는 빛의 힘이다 의자 끝 모퉁이에 살짝 엉덩이를 얹은 채 詩作 노트: 마티스의 빛이 빗발치는 실내를 감상한다. 푹신한 의자에 등을 대고 싶지 않은 여자! © 서 량 2023.09.26

|詩| 행진곡을 기다리다

광대뼈 뭉툭한 박정희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웃지 않는 얼굴로 돌아왔을 때 대한뉴스에 부는 바람 김포공항 흙바람 흑백영상을 코닥 컬러로 변조시키는 Washington Post March 행진곡이 터진다 대퇴근 힘살이 근질근질해지는 곡 육군사관학교 여드름 엉덩이 딱딱한 젊은이 울퉁불퉁한 바지 옆구리 두 손가락 너비로 꽉 재봉 된 실밥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하며 당신이 소리쳤을 때 DMZ 하늘에서 조그만 돌덩어리들이 쏟아진다 젊은이들이 한사코 비무장지대에 몰려든다 근사한 유니폼을 입은 채 불쑥불쑥 태어난 꼬마 병정들이 골반뼈 나란히 저벅저벅 걸어가는 곡 시작 노트: 병정놀이가 전쟁이라는 말이니. 장난감 병정들이 척척 발맞추어 걸어가는 소리 들린다. 그들의 몸동작을 좌지우지하는 행진곡 멜로디가 ..

2022.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