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문 2

|컬럼| 397. 즘생

쌍말을 잘하는 환자의 차트를 정리한다. 그의 말습관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고 잠시 망설인다. ‘foul-mouthed, 입버릇이 더러운’? 말이 깨끗한지 더러운지 하는 판단을 누가 내리나. 내가 과연 언어의 청결과 불결을 판가름하는 사회적 규범의 척도라는 말인가. 환자가 욕설, 저주라는 뜻으로 ‘swear word’를 자주 쓴다고 할까. 화가 나서 ‘내뱉듯이 하는 욕설’이라는 의미의 격식 있는 표현, ‘expletive’는 어떨까. 더 위엄이 넘치는 ‘profane(신성 모독적인, 불경스러운, 욕설적인)’이라는 단어는? ‘profane’은 원래 라틴어에서 ‘out of temple, 사원 밖’이라는 의미였다. 즉, 사원 안에서 쓰는 말은 성스러운 말이면서 사원 밖의 말은 욕설이라는 뜻이 된다. 엘리트주의,..

|컬럼| 281. 막말 논란

막말에 대하여 생각한다. 사전을 찾아보며 생각했다. 막말의 첫째 뜻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는 말. 둘째로는 뒤에 여유를 두지 않고 잘라서 하는 말을 의미한다. 첫째 뜻으로 보면, 당신이 말을 함부로 내뱉는 순간 미안하지만 당신은 세련되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수가 있다. 코냑처럼 정제된 비싼 술을 꼴짝꼴짝 마시는 고상한 귀족이 아니라 쌀과 누룩을 대충 걸러낸 싸구려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시정잡배로 보일 것이다. 막말은 로코코 시대의 우아한 왈츠보다 지 멋대로 몸을 흔드는 막춤의 현대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막소금, 막소주, 막국수, 막가파, 막노동 같은 말에 들어가는 막자 돌림이 그 좋은 예. 또 있다. 인감증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함부로 써도 좋은 막도장. 게다가 마음에 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