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2

|컬럼| 422. 붙기를 좋아하세요?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붙는 것이 큰 소망이다. 왼쪽 안 주머니에 납작한 엿 덩어리를 품고 입시장에 가던 기억이 난다. 끈적한 엿의 점성(粘性)으로 시험에 붙고 싶은 심정이었다. ‘붙다’는 시험에 붙는 것 외에도 불이 붙다, 붙어 다니다, 이자가 붙다, 싸움이 붙다 등등 그 뜻이 매우 다채롭다. 당신과 나는 남에게 그럴 듯한 별명도 붙여주고 좋은 직장에 오래 붙어있기를 원한다. 붙는다는 것은 대개 좋은 일이다. 낯선 나라에 적응하는데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타향에 정을 붙이고 사는 재미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마음에 든다. 문화적, 정서적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남달리 쉽게 정을 붙이는 과정이다. 남녀 간에 정이 붙으면 서로에게 애..

|컬럼| 286. 사랑스러운 붙음

당신과 내가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윤회설과 인과응보 사상에 입각한 불교의 12인연 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고리를 연결한다. ①무명(無明) ②행(行) ③식(識) ④명색(名色) ⑤6입(六入) ⑥촉(觸) ⑦수(受) ⑧애(愛) ⑨취(取) ⑩유(有) ⑪생(生) ⑫노사(老死). 이런 한자어로 우리를 압도하는 묵직한 문자들 때문에 주눅이 들지는 말거라. '①무지 ②행동 ③의식 ④명색 ⑤6개 감각 ⑥만지기 ⑦받기 ⑧사랑하기 ⑨갖기 ⑩존재하기 ⑪태어나기 ⑫쇠퇴하기'라고 쉽게 풀면 고만인 것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춤추듯이 돌아가는 이 삼라만상의 변천 과정에 애착이라는 현대심리학 용어를 적용시키는 학구적인 작업에 몰입하기로 한다. 애착은 '⑥만지기 ⑦받기 ⑧사랑하기 ⑨갖기 ⑩존재하기'라는 명찰을 가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