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6

|詩| 등뼈

등뼈 -- 앙리 마티스의 그림, ‘벌거벗은 여인’에게 (1949)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인다 굵은 선 봄바람 여름바람, 더더욱 부드러운 맨살 맨가죽으로 단단히 가려 놓은 기본원칙 자세를 굽히면 좀 돌출하는구나 앞뒤 가릴 것 없이 오른쪽 왼쪽이 뒤범벅이 되는 중 우리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고개를 돌리는 중에 시작 노트: 마티스는 평생을 노출과 은닉을 능수능란하게 구가했다. 나이 많이 들어서 그는 색채보다 선, 線을 선호했던 게 아닌가 하는데. 아예 선으로 색채를 가려버리는 시도였을까. 하여튼 나는 가끔 그의 굵은 선이 좀 무서워질 때가 있다. © 서 량 2023.04.15

|詩| 진주 목걸이

진주 목걸이 -- 마티스의 그림 ‘검정색 배경 앞에 앉은 여자’에게 (1942) 진주 알맹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Y 모양, Y 모양 당신 목 앞쪽이 추위에 떤다 암흑 속에 수많은 괄호가 숨어있네 괄호들이 옴짝달싹 않다가 이내 움직이기 시작하네 시작 노트: 텍스트가 시그널, 상징처럼 보일 때가 많다. 추상보다 비주얼 감각에 쏠리면서 사는 우리들. Seeing is believing! 모쪼록 글쟁이들은 환쟁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은데. © 서 량 2023.03.23 https://news.koreadaily.com/2023/05/05/life/artculture/20230505175251380.html [글마당] 진주목걸이 진주 알맹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Y 모양, Y 모양 당신 목 앞쪽이 추위에 떤다..

|詩| 노랑색 횡단보도

노랑색 횡단보도 -- 마티스 그림 "노랑, 빨간색 옷에 기타와 함께 있는 소녀"에게 (1939) 허둥지둥 하지 않는다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서슴없이 얼굴을 마주한다 이제 다 말해 줄게 기타 줄을 튕기고 싶다 가장 굵은 저음 소리 퉁, 퉁 세상을 가로지르는 노랑색 물결이 출렁거려요 오른 쪽 손 어깨 왼쪽 굵은 index finger 푸른 색 커튼 실내에 산소와 수소 또는 향기로운 정물화 사과 포도 등등 죽은 듯 살아있다 기타의 감각기관을 검사한다 눈 코 배꼽 입술 가려진 귀 노출된 목 가슴을 지배하는 목 관자놀이 풍성한 치마 당신의 눈을 살핀다 웃는 듯 또는 생각에 잠긴 눈 막대자석이 이루는 磁場 지남철 철사줄, 줄이 없는 기타가 참 좋아요 기타에는 워낙 門이 없습니다 *노랑, 파랑 옷에 기타를 든 ..

|詩| 꿈꾸는 의자

균형, 순수와 평온으로 이루어지고, 육체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쉬게 하는 좋은 의자처럼, 마음을 달래고 진정시키는 그런 예술을 나는 꿈꾼다. --- 앙리 마티스(1869~1954) 등뼈가 앞으로 구부러진 자세 손바닥을 감싸는 옅은 바람 당신의 꿈은 꿈틀대는 애니메이션 크레파스 크레용의 부드러움 보름달 반쯤 가려진 한밤 짙푸른 넓은 잎사귀 숨소리 고요한 숲이다 앉은 자세로 자고 있어요 팔꿈치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 당신의 균형이 망가진다 *이무깃돌 입안에서 잠자는 미녀와의 대화가 빗물로 흘러내리는 *성문의 난간에 끼워서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용이나 이무기 머리 모양의 돌로 된 홈 © 서 량 2022.08.28

2022.08.29

|詩| 야수파

어느새 기류가 토네이도로 변하네 아까부터 과감한 붓질이더니 뭉게구름을 뚫고 나를 천상으로 덜컥 끌어드리는 원색 처리 소용돌이 *구아슈(gouache) 기법으로 살아나는 당신의 불투명한 시선 긴 복식호흡의 평온을 위하여 급하게 붓을 놀리는 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의 속마음이 보인다 정말? 응, 정말! 아까부터 과감한 붓자국이 배에 묻은 금빛 짐승들이 길길이 날뛰고 있네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으로써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회화 기법 © 서 량 2021.06.24

202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