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7

새벽 소리 / 김종란

새벽 소리 김종란 새벽 공기를 뚫고 아침으로 날아드는 새들의 떼창 속 깊은 악기 소리, 새벽은 내 영혼의 포도주 폐부를 적시는 맑은 바람을 타고 먼 옛날 음악시간 풍금 소리 들린다 분홍과 연두 빛이 오는 소리 검푸른 숲을 빠져나와 내게로 오는 아코디언 소리 은은히 들리네 열리는 듯 그러나 닫히는 듯 바람의 분량만큼 내 옷섶을 파고드네 © 김종란 2021.08.05

해녀 / 김정기

해녀 김정기 해녀는 찬바다를 헤엄치면서 악기를 만든다. 전복을 캐고 물미역을 뜯으며 첼로를 켠다 첼로 소리는 해상으로 올라오면 곡소리가 되고 깊은 바다 밑에서는 가곡이 된다 삭아빠지고 짓무른 육신은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고무 옷에 지느러미는 햇볕을 받아도 번쩍이지 않고 어둡다. 해녀가 만든 악기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이 흘러나올 때 평생 키워오던 돌고래에 먹힐 위험으로 물을 차며 도망친다. 이 엄청난 바닷물이 모두 해녀가 쏟은 눈물이라는 것을 돌고래가 알기까지는 해녀가 바다 속에 갈아앉고 봄이 떠날 무렵이었다. © 김정기 2022.05.14

|컬럼| 161. 어린이 놀이터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친구에게서 어느 날 느닷없이 전화가 온 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치자. 요사이 뭘 하며 지내냐, 하고 물어 봤을 때 "응, 나 그냥 놀고 있지."라고 그가 대답했다면 그건 아무래도 백수건달로 빈둥대며 지낸다는 말이다. 이럴 때 우리가 무심코 쓰는 '놀다'라는 말은 좀 부정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당신은 '놀다'에는 '쉬다'라는 좋은 의미가 숨어있다고 겸손한 표정으로 말할지도 모른다. 요컨대 '놀다'라는 단어는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상을 풍기면서도 휴식한다는 뜻 또한 있는 것이 참으로 수상한 노릇이다. '노릇'이라는 말도 '놀이'나 '노름'처럼 '놀다'에서 생겨난 순수한 우리 말이다. 하다 못해 '노래'도 옛날 말 '놀애'처럼 '놀'자가 들어가고 심..